디자인 뉴스2011.09.07 10:48

 

현대미술에서 미래를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2011



일본의 항구도시 요코하마에서는 3년마다 대대적인 미술 축제가 열린다. 2001년부터 시작된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가 올해로 4회를 맞았다. 재난이 휩쓸고 지나간 폐허 위에 필요한 것은 결국 ‘마법의 순간(OUR MAGIC HOUR)일까. 2백50년의 역사를 품은 이 선선한 도시가 묻는다. “세계는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How much of the World Can we Know?)”


취재, 글 김뉘연 I 에디터 이찬희

 


 

 


토비아스 레베르거의 <Anderer>. 물방울 모양의 전구들은 요코하마의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불을 켜고 끔으로써 작동된다. 사진은 2002년 독일에 설치된 전경이다.


Tobias REHBERGER <Anderer>(2002)

Installation view: Geläut - bis ichs hör..., Museum für Neue Kunst, ZKM, Karlsruhe 2002

© tobias rehberger, 2002

Courtesy neugerriemschneider, Berlin

Photo: Wolfgang Günzel

 

 

 

 

대지진이 일본 열도를 강타한 지 어느덧 반년이 흘렀다. 요코하마(橫浜)는 도쿄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가량 거리를 둔 항구도시다. 도쿄아트페어가 열리고 그 일주일 후인 지난 8월 6일, 요코하마 트리엔날레가 시작됐다. 3년마다 개최되는 일본 현대미술 국제박람회인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는 2001년 시작된 후 2005년과 2008년, 그리고 2011년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2011’은 그간의 트리엔날레들과 다소 다른 양상이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구조적인 변화는 주최측이 재팬 파운데이션에서 요코하마 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요코하마 미술관이 메인 플랫폼으로 선정되었는데, 트리엔날레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에리코 오사카가 디렉터로 근무하는 이 미술관은 19세기 후반 작품들을 주로 소장하고 있는 고전적인 공간이다. 한편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의 또 다른 플랫폼인 ‘뱅크아트 스튜디오 NYK’는 일종의 부두 창고로, 오래된 창고의 골조만을 남기고 현대미술 공간으로 거듭난 흥미로운 공간이다. 일본 항구도시로서의 요코하마에 부합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건물인 동시에 그 색깔이 분명해 현재 일본 컨템포러리 아트 신의 허브로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주요 전시공간을 비롯해 요코하마 시내의 여러 예술 공간들도 이번 트리엔날레의 면면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오는 11월 6일 트리엔날레가 3개월간의 축제를 마칠 때까지, 요코하마는 미술의 도시다.

한편 이번 트리엔날레의 작품 규모는 3백 점 이상이며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77명 정도다. 세계 각국에서 온 이들을 아우르는 테마는 ‘마법의 순간 - 세계는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OUR MAGIC HOUR–How much of the World Can we Know?)’. 21세기에 들어 인터넷을 통해 세계가 서로에게 노출되어 있는 듯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삶 속에는 과학이나 이성으로 설명 불가능한 무수한 신비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한 이번 전시는, 신화, 전설, 토템 등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불가사의함은 물론 일상 가운데 문득 마주하는 놀라운 순간들이 주는 힘을 주목한다. 현대 미술의 트렌드에 집중하기 마련인 여느 비엔날레/트리엔날레와는 다소 다른 모습인데,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의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총감독 에리코 오사카와 예술감독 아키코 미키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개념의 새로움을 어떻게 드러내야 할까? 그렇다고 새로운 작가들과 작품들을 보여주는 방식은 진부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작가들이,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이번 전시 가운데 이러한 고민들이 드러나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전시는 오늘날 현대 미술 가운데 떠오르는 작가들의 신작을 과시하는 대신 시간성을 담은 작품 자체에 초점을 둔 모양새다. 물론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고 국내에서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상영된 바 있는 크리스찬 마클레이의 비디오 아트 ‘시계(The Clock)’,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영상 ‘원시적(Primitive)’, 카슨 니콜라이의 스티커 작업 ‘autoR’ 등 현대 미술의 흐름 속에서 놓쳐서는 안 될 작가들의 작업은 챙기되 그밖의 여러 작가들, 특히 아시아권 작가들의 섬세한 결들을 짚어 내어 고루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번 트리엔날레의 두 플랫폼인 요코하마 미술관과 뱅크아트 스튜디오가 신구의 조화를 이루듯 작품들의 배치와 구성 또한 그러했는데, 이를테면 마그리트의 회화와 브랑쿠시의 조각이 이를 재해석한 현대 작품과 한 공간을 공유했고, 이밖에도 요코하마 미술관의 고풍스러움과 뱅크아트 스튜디오의 도전적인 면모에 어우러지게끔 작품들이 배치된 점이 돋보였다.

예상치 못한 재앙으로 인해 준비 과정에서 유례없는 난항을 겪었으리라 짐작되는 2011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는 이렇게 막을 올렸다. 지난 3회에 걸쳐, 특히 바로 전 열렸던 2008년 트리엔날레의 경우 ‘시간의 틈새(Time Crevasse)’라는 테마 아래 파격적이고 전위적으로 치달았던 바, 이번이 지난 10년간 흘러온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의 모종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번 전환점을 기점으로 이후 트리엔날레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지만, 일단 지금이 잠시 멈춰서야 할 때임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 작가들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작가 다나카 코키의 말대로, “모두 지친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돌아볼 때,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 훗날 지금을 돌아볼 때 ‘마법의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말이다.

 


 

 

우고 론디노네의 <moonrise.east.march>(2005). 한 해 열두 달을 상징하는 열두 개의 석상이 요코하마 미술관 앞에 설치되었다. 한편 작가가 전시 테마 ‘OUR MAGIC HOUR’를 무지개로 형상화한 간판이 미술관 지붕에 달렸다.


Ugo RONDINONE <moonrise.east.march>(2005)

Photo: Ellen Page Photography, New York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Eva Presenhuber, Zürich

©the artist

 



 

 


리바니 뉴언슈반데르(Rivane NEUENSCHWANDER)의 <O inquilino/ The Tenant> (2010).

공기 중 떠다니는 방울들을 쫓는 과정을 담은 영상


Rivane NEUENSCHWANDER <O inquilino/ The Tenant>(2010)

Made in collaboration with Cao Guimarães, Soundtrack: O Grivo

Courtesy Galeria Fortes Vilaça, São Paulo; Stephen Friedman Gallery,

London and Tanya Bonakdar Gallery, NY.



 

 

 


시가리트 란다우의 <DeadSee>(2005). 이스라엘 출신의 작가는 사해에 500개의 수박을 띄워 촬영했고, 사해에서 추출한 소금 결정으로 작품을 제작해 함께 설치했다.


Sigalit LANDAU <DeadSee> 2005

©Sigalit Landau

Courtesy the artist and kamel mennour, Paris



 

 

 


카슨 니콜라이의 <autoR>(2010). 관객이 전시장에서 스티커를 구입해 요코하마 미술관 건너편 외벽에 붙여 완성해 가는 작품이다.


Carsten NICOLAI <autoR>(2010)

Photo: René Zieger

Courtesy Galerie EIGEN + ART, Leipzig/Berlin and The Pace Gallery



 

 

 


오렐리앙 프로망의 <Théâtre de poche>(2007). 마법사의 카드 놀이를 모티프로 삼아 카드 이미지 대신 세상의 풍광들을 보여준다.


Aurélien FROMENT <Théâtre de poche>(2007)

Production still, photo : Aurélien Mole

Courtesy the artist and Motive Gallery, Amsterdam

 



 

 

 

Posted by 지콜론북 G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