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2010.10.15 13:47
디자이너 루키를 소개하는 뉴키즈 온 더 블록의 첫 주자는, 백지은과 장병국의 ‘스튜디오 로그’다. 신인이라고 말하기엔 그들의 작업물은 이미 출중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비를 쏟아내던 서울 하늘에 모처럼 여름 구름이 부풀어 오르던 일요일, 그들을 만났다.

에디터 이상현 / 사진 스튜디오 salt






스튜디오 로그의 백지은과 장병국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관계가 ‘스튜디오 로그’만 같다면, 지난 달 특집 기사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의 효용가치는 이미 유통기한을 지나버린 통조림 같을 거다. 백지은이 그래픽디자인사 ‘빛나는’의 소속 디자이너였고, 장병국이 그곳을 드나드는 박시영의 지인 중 한 명이었던 시절. 그렇게 가까스로 안면을 텄던 두 사람이 지금처럼 한 지붕 아래 사이좋은 개와 고양이로 지낼 줄 누가 알았을까. 개발자를 배려하는 디자이너인 백지은과 디자인을 디자이너보다 잘 이해하는 개발자(그의 표현대로 하면 테크니컬 디렉터)인 장병국은, 마치 높은 음과 낮은 음을 나눠 부르는 은방울 자매 같다.




호주한인영화제 포스터, 2010




호주한인영화제 홈페이지, 2010






아시아나 단편영화제 포스터, 2010



스튜디오 로그의 콤비 플레이는 탁구로 치면 88올림픽의 현정화 . 유남규 복식조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편집과 웹 등으로 각각 포지셔닝을 하는 여느 소규모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와는 사뭇 달리, 백지은과 장병국이 디자인과 개발이라는 두 중심축을 세우고 있는 이곳의 시스템은 일단 경제적이고 무엇보다 합리적이다. 덕분에 로그의 포트폴리오에는 포스터와 편집물, 그리고 웹사이트의 비중이 고르게 분포한다. 특히나 영화제나 페스티벌과 같이 타이틀로고에서부터 포스터, 팸플릿, 티켓, 그리고 웹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전체와 세부를 동시에 관할하는 ‘아트 디렉팅’이 필요한 프로젝트의 경우 스튜디오 로그의 시스템은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여덟번의 감정 포스터, 2010





CJ 해외용 장르별 브로슈어, 2009






시네마디지털서울, 2009





그렇다고 이들을 비상한 사업가나 능란한 전략가로 오해해선 곤란하다. 모 영화제의 웹사이트가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별로인 것이 안타까워 전화로 제안을 했던 게 이들의 유일한 ‘영업’이었을 정도니까. 배가 고파도 모 대기업의 일을 하기 싫다고 말하는 것, 배고픈 작가 친구들의 브로슈어나 도록을 공짜로 디자인해주는 것,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한강을 달리고 돌아온 뒤 10시 드라마를 다운받아 시청하는 11시 30분인 것, 얼마 전 합정동으로 이사한 작업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부엌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 여러모로 미루어 집작컨대 돈에 혈안인 무리나 혁혁한 업적을 바라는 부류와도 거리가 멀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디자인로그는 ‘웰빙’이 모토다. “좋은 것을 보고 즐기며 좋을 것을 만드는 스튜디오”를 지향한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혹시 일요일 오후에 당인리발전소 정문 앞 대로에서 어슬렁거리는 백지은과 장병국을 만난다면, 그들은 늦은 점심을 해결하러 나온 부부가 아니라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는, 사이좋은 개와 고양이라는 것이다.




Posted by 지콜론북 G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