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디자인2011.07.28 11:48

g: Special Feature

EVERYDAY
INFORMATION
DESIGN
일상의 정보 디자인

정보는 더 이상 특정 계층이나 단체, 기관의 것이 아니다.

원한다면 누구나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때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이다. 이러한 때에 디자이너가 할 일은 명백하다. 다양한 정보를 이해되기 쉽고 왜곡되지 않게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정보 디자인’ 특집은 정보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이 분야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흡수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디자이너라면 지면이나 아이패드로 얻을 수 있는 정보뿐만이 아니라 집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오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정보 디자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된
정보 디자인

 

정보 디자인은 어느새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상투적인 표현으로 다소 딱딱하게 특집을 시작하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나, 사실이 그렇다.

아침 출근 길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는 쉴 새 없이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다운받은 최신 영화나 드라마들을 보고 있지만, 바로 이런 모습이 정보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증거이다. 어디서 ‘다운’받았는가? 어떻게 ‘다운’받았는가? 그리고 보고 난 후에 그 영상 ‘파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이 모든 행위들이 정보 그리고 그런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주는 방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글로 알아봐 Just Google it.”라는 말은 정보가 우리 삶에 얼마나 밀접하게 침투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백과사전, 사전, 심지어 단순한 질문(오늘 점심 뭐 먹지?)까지 구글 뿐 아니라 네이버, 다음, 위키피디아 등의 포털사이트를 통해 불과 몇 초 안에 해답을 찾고, 컴퓨터 앞에서만이 아닌 들고 다니는 모바일 기기로도 언제 어디서든지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도표, 그래프, 약도, 픽토그램 혹은 안내 표지판 등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정보 정리 체계이며, 파워포인트나 키노트는 더 이상 한 회사의 제품명이 아닌 일반명사처럼, 때로는 동사처럼 쓰여져 잘됐든 아니든 간에 널리 통용되는 정보 표현 방식이다. 초등학생들이 요즘 숙제를 파워포인트 파일로 제출한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런 가운데, 정보의 원활한 흐름(전달, 전송, 변환 그리고 수용)을 위해 사용자 간의 약속과 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인터페이스(접점), UX(사용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보 처리) 등 많은 전문용어들이 생겨났지만, 결국 ‘정보를 디자인’하는 포괄적인 범주 안에 들어간다. ‘디자인’한다는 게 결국 설계, 도안, 정리, 의장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변환해서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행위 자체가 정보 디자인인 셈이다.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이를 실현하든 다 읽은 신문지 위에 연필로 약도를 그리든 결국은 마찬가지의 이야기다.










정보의 위계와 속임수

1800년대 말은 기술 개발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였지만, 보이지 않는 영의 세계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믿던 시대이기도 했다. 사별한 배우자나 부모와 교신하거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사진술이 이용된 것은 당시로서는 그리 믿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인디언 원주민들은 카메라가 영혼의 일부를 빼앗아 간다고 믿었고, 종이에 선명하게 자신의 모습이 담겨진 것을 보면서 상당한 충격에 휩싸였다. 떠도는 영혼을 포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라 당시에 이중노출 사진술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후 세계에 대한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반면 지갑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마술 같은 기술이었다.

물론 현 시대 역시 정보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위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보가 만연한 이 시대에도 보이스 피싱이나, 대학입시의 부정행위 대포폰, 다단계 판매, 속임수에 교묘하게 악용되고 있고, 영화, TV에서 보여지는 CG나 3D 같은 효과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속아주는 가운데 우리의 감각은 자극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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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소유권

위키리크스Wikileaks 창시자 줄리안 어샌지Julian Assange는 정보 공개라는 죄명으로 지금 체포되어 있다. 위키리크스뿐만 아니라 이라크에 숨겨둔 WMD의 존재 여부,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의 존재 및 최근 죽음. 정보는 가진 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할 뿐이다. 투명한 정치, 경영이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이들 정치나 경제 세력들을 폭로하려는 내부 고발자whistle blower들은 결국 정보라는 도구로 신뢰도가 누락되어 신빙성이 상실되는 경우를 줄리안 어샌지를 통해 너무나도 명백히 보고 있다. 모더니즘modernism, 후기 모더니즘post-modernism의 시대를 지나 외상 후기 스트레스 모더니즘post traumatic stress modernism에 접어든 우리에게 정보는 더 이상 만인의 것이 아니라 분명한 소유권을 지니고 있으며,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전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삭제, 삭감의 의미 변화

네 칸 만화는 우리를 웃게 만들기 위한 구성이다. 이는 심리학에서도 연극 연출에서도 전통처럼 여겨지는 순서이다. 배경 설정하고, 준비시킨 다음 소위 펀치라인punchline(농담의 핵심 구절)을 전달하는 구성인데, 대개는 마지막 칸이 독자들을 웃게 만든다. 그런 네 칸 만화의 경지에 오른 가필드Garfield나 피너츠Peanuts는 웃고 넘어갈 정도의 가벼운 소재가 아니라 단지 마지막 칸을 삭제하거나 삭감함으로써 전혀 다른 의미 체계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주인공 뚱뚱한 고양이 가필드Garfield를 포토샵으로 가볍게 지운 결과 주인인 존Jon이 주인공으로 위치가 바뀌지만, 한편으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혼잣말을 자주 하는 정신분열증 환자로 변한다. 또한 웃거나 미소 짓게 만든 스누피Snoopy, 찰리 브라운Charlie Brown과 그의 동네 친구들의 대화는 마지막 칸이 삭제됨으로써 우리에게 형이상학적인 메아리 같은 허무함을 안겨준다. 이 네 칸 만화들에서 핵심 요소가 빠짐으로써 우리에게 안겨주는 것은 순간적인 재미나 미소가 아니라, 여운을 남기는 근심이나 허무이다.











‘정보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비교적 최근에 고안된 모더니즘의 산물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이는 궁극의 힘에 덧입혀진 논리이다. 단지 정보, 혹은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만이 정보 디자인이 아니다. 정보는 어떤 방법으로든 ‘편집’된다. 순수한 데이터는 식별하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가능하다. 기준을 삼고 그 기준에 입각해 정리되는 데이터가 비로소 의미체계가 형성되는 정보로 보여지는데, 이 기준은 사람이 정할 수밖에 없다. 이 때 주관 및 의견이 배제될 수 없으니, 의도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우리 일상에 완벽하게 녹아든 정보와 이를 접하는 우리의 모습이 이번 특집의 주요 쟁점이라 할 수 있다. 만화, 세계지도, 지하철을 통해서 심지어 집맥이나 침 그리고 부적까지 미지의 저쪽에서부터의 정보 디자인을 다루고 문화라는 커다란 맥락에서의 측량을 감히 시도해보겠다. 세 개의 커다란 구분으로 그렇게 하려고 한다. 즉, 기호(icon, symbols, pictograms), 위치/지표(indicator, navigation, way-finding, placement) 그리고 정리(organization, display, narrative)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때로는 이런 정보 디자인적인 요소들이 정보를 전달하는 용도보다 시각적 재미를 주는 요소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보 디자인을 업으로 삼은 정보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확도accuracy와 이해도understanding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정보 디자인을 다시 다룰 때 이번 특집에 제시된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정리가 되는 토대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정보는 퇴적될수록 정확도와 신뢰도가 쌓이듯 아카이브되는 정보 디자인도 흐름을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로빈 킨로스Robin Kinross는 중립의 수사학 The Rhetoric of Neutrality (Design Issues 2:2, 1985)에서 이 용어가 양차 세계 대전 사이에 광대한 포부를 지닌 모더니스트들이 고안해 낸 용어라고 주장한다. 이데올로기나 사상으로부터 벗어나 순수하게 정보를 보여주는 디자인 영웅 심리가 발동했다고 한다.











 


파이오니아 탐사기 금속판

우주 탐사기 파이오니아는 태양계를 벗어난 최초의 인간 유물이다. 1972년, 1973년 파이오니아 10호와 11호가 각각 발사되어 2003년, 1995년에 각 탐사기의 마지막 교신으로 장대한 우주로 떠나 버렸다. 각 탐사기에 부착된 금속판이 특히 흥미롭다. 혹, 우주를 영원히 떠돌아다닐 탐사기가 외계인에게 발견된다면 지구와 인간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정보 디자인이 금 도금한 알루미늄판에 새겨져 있다. 말하자면, 명함이다. 우리가 누구인지(나체의 지구인, 남성과 여성), 어디에 있는지(태양계의 위치 및 태양계 안 지구의 위치) 그리고 이 탐사기의 경로를 다이어그램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외계인의 존재가 아직까지 의심되고 있는 현재(탐사기가 발사된 지 거의 40년이 지난 후에도), 독자 여러분이 만약 외계인이라면, 이 금속판을 보고 과연 지구로부터의 메시지가 이해가 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당시 이 금속판에 대해 거론된 비판 중 하나가, 의외로 벌거벗은 모습의 인간이 아니라 탐사기의 경로를 표시하는 화살표였다. 본래 이 표시는 원시 시대에서 비롯된 기호이며, 외계인들에게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었다.






 

 

음모론

어쩌면 정보의 보급으로 생겨난 가장 흥미로운 취미가 바로 음모론일 것이다. 인간 기원, 정부나 국가를 초월한 통치, 비밀 단체들, 악마 숭배자들, 케네디 대통령 암살 등 증거는 많지만 대부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떠도는 소문들은 베스트셀러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로 활용된다.










이모티콘

이모티콘들은 아마 가장 널리 보급되는 시각언어 중 하나일 것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전 세계 어디에서든 휴대전화만 있으면 문자 메시지를 마무리하는 ‘방긋’이나, 어색할 때나 미안할 때에 추가로 붙이는 세미콜론 ‘땀방울’. 어느새 통용되는 의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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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기사는 <지콜론> 8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지콜론북 G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