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뉴스2011.07.27 10:31

g: Review

독립 출판 만세




이제는 새로운 문화생산 방식이 된 독립 출판의 요모조모를 구경하고, 느껴보고, 만져볼 수
 있던 ‘ABOUT BOOKS’를 놓친 당신. 아마도 후회할 것이다. 에디터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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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까지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출판에 관한 전시 ‘ABOUT BOOKS’가 열렸다. 최근 미술과 출판의 관계가 맞물리는 지점들, 전시도록뿐만 아니라, 아트북, 드로잉 북 등의 시도를 비롯하여 셀프 퍼블리싱의 확산은 문화계 전반에서 새로운 창작의 방식으로 주목 받아 왔다. 상상마당 갤러리I과 Ⅱ에서는 이런 시도들을 ‘출판’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2층 갤러리I의 ‘셀 수 없는 모음’전은 구민자, 윤사비, 이은우, 신덕호, 우태희, 김영글 등 젊은 작가들의 아티스트 북을 새롭게 재구성한 것으로 출판이 예술가들에게 형식적인 실험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맥락을 살펴 볼 수 있었다. 몇몇의 흥미로운 작업들이 시선을 끌었는데, 전시장의 벽에서 시작하여 벽에 관한 허구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 김영글의 작업은 한정된 전시장의 벽면을 노트처럼 활용하며 아트와 출판이 접목된 새로운 경계를 보여주었다. 이은우는 아파트 도면을 화면의 왼쪽에서부터 지역별 평수, 실거래가, 준공년도 순으로 나열했다. 각 지역 단체의 상징적인 색을 사용해 지역 별로 분류한 데이터들은 화면 안에서 빠르게 병치되고 전환되었다. 윤수일의 ‘아파트’가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한국 사회의 부동산에 대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자 책을 보는 듯한 기시감을 주었다. 신덕호와 우태희는 한강이 가로지르는 서울의 부감을 목록화 한 작업을 벽 위에 펼쳐놓았다. ‘위치, 한글영문 철자, 완공일, 길이, 넓이, 신문노출횟수, 시공비’라는 9개의 기준으로 이미지를 재배열했는데, 각기 다른 키워드마다 서울의 전경을 새롭게 구성하는 텍스트를 제시했다.

3층 갤러리Ⅱ의 ‘INDEPENDENT BOOK MARKET’은 한데 모아지지 않는 다양한 독립출판물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한번에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 되었다. 공개 심사를 통해 선정된 400여 종의 출판물은 창작자들이 스스로 기획과 제작 및 유통까지 맡아 만들어진 것들로, 거대 자본이나 주류 출판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개인들의 의지가 오롯이 반영된, 저마다 길들여지지  은 야생의 가치를 빛냈다. 그림책, 사진집, 잡지를 비롯해 신문형식을 빌어 든 출판물들까지 내용과 형식의 새로움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창작자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ABOUT BOOKS’는 전시기간 동안 다채로운 부대행사들이 많았다. 지면을 통해 셀프퍼블리셔들을 후원해온 <지콜론>도 6월 10일 오후 2시, 김나무 디자이너를 강연자로 독립출판에 관한 세미나 ‘셀프퍼블리싱+α디자인’을 열며 부대행사의 멤버로 참여했다. 다양한 셀프퍼블리싱 작업들로 텍스트와 독자, 그것의 인터페이스로서의 책의 관계를 탐구하는 디자이너 김나무는 셀프퍼블리싱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독립 출판, 자가출판은 작가에 의해 작업된 책이나 다양한 매체 출판물로서, 거대 자본이 투자되는 것이 아닌 작가나 디자이너, 에디터로 이루어진 출판을 뜻한다. 현재 디지털 출판 기술의 발달과 매체의 다양화, 스마트폰 등으로 다양해진 외부적 요인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의 수요를 자극하고, 충족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김나무 디자이너는 출판의 방식을 다양한 예를 들어 설명했는데, 디지털 기술 외에도 복사기를 사용하는 아날로그적 방식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페이스북이나 음악, 영화 등도 넓게는 자가출판의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제안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독립출판물이 급격히 증가한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POD(Print On Demand)주문제작방식 때문이 크다 했는데, “바인딩 방식이 한정적인 것을 제외하면 인쇄 퀄리티나 속도 면에서는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개념과 방식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후, 김나무 디자이너는 자가출판으로 제작한 자신의 작업물들을 차례로 소개하며, 좀 더 구체적인 제작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디자이너로서 텍스트와 타이포그래피, 책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출판물을 통해 구체화시키고 있는데, 기차를 탔을 때 보이는 글자를 표현한 책 『RUSH TYPE』, ‘No one can read this sentence because these are not a letter’라는 한 문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글자가 없습니다』등은 작업의 도구이자 실험의 장으로서 자가출판물을 활용하는 김나무의 목적성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나아가 국내의 자기출판물 유통채널인 북소사이어티와 유어마인드 등을 언급하며 유통과정의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외국의 자기출판 사례로 데이비드 라인퍼트가 에디팅한 <Dot Dot Dot>을 추천했는데, 사용된 종이와 실린 내용이 뉴스페이퍼라는 콘셉트에 잘 맞은 점 등을 언급하며 책의 의도에 맞춤형으로 제작된 훌륭한 참고물임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나무는 스트리트뷰 사진을 스크린 캡쳐를 받아 아이포토로 만든 후, 애플사에 보내 만들어져 온 책인『Met by Chance on the street』를 소개했는데, “시스템을 제작이 끝이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지고 배포되는지 알아보고 싶어 만든 책”이라며 콘텐츠뿐만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환경 또한 진지하게 탐구하고 실천하는 자신의 면모를 자연스럽게 드러내었다. 덧붙여 “책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고 있는 만큼 잘 만드는 것을 떠나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참석자들에게 피력했고, 몇몇 참석자의 질문을 끝으로 세미나는 마무리됐다.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짧은 주기로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대이다. 그만큼 표현의 도구도 다양해졌고, 자가출판물 또한 이런 흐름 속에서 등장했음을 세미나에서도 확인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술을 쓸 수 있느냐가 아닌, 뚜렷한 중심을 가진 개인의 순수하고 창의적인 움직임이다. 제도권에 안착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외침이 담긴 새롭고 신선한 자가출판물들의 보다 많은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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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BOUT BOOK’ 전시

2 ‘셀 수 없는 모음’ 전시

3 김나무 디자이너의 ‘셀프 퍼블리싱+α디자인’ 세미나

4 다양한 독립 출판물





Posted by 지콜론북 G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