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2011.07.25 18:07

 

지난 해 초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겨우 2년 차가 된 25살의 포토그래퍼 조윤경. 여름은 싫어하지만, 여름밤을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은 인터뷰이로 소개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쑥스러워한다. 나서는 법 없는 그를 두고 주변인들은 투명인간이라고 부르지만, 작가 조윤경의 캐릭터는 분명했고, 사진은 저마다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뱉어낸다.

에디터 이주미






                                                                                                      territorial dispute



사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국민참여라고는 오로지 투표밖에 없는 이 사회에 불만이 참 많았습니다. 정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것에서부터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이를테면 더운 여름에 슈퍼마켓에서 하드를 사 먹고 막대기가 남았는데 테러방지를 위해서 라는 이유로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는 거죠. 그렇다고 땅바닥에는 버리지 못하겠고, 불만이 쌓여서 속으로 버럭합니다. 테러방지를 위해 쓰레기통을 치웠다는 이유로 테러 한다면 쓰레기통이 다시 생길까 생각하면서. 여행을 가면 어느 유적지나 관광지에 찾아가는 걸음의 순간도 여행 중이고, 그런 생각에 마음도 느긋해지고, 여행하는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난들 그 사태에 대해 첨언도 하지 않게 되는데, 그 상황에 대한 확실한 의견과 사상은 분명히 있어요. 그러나 굳이 연설하고 싶지 않아요. 웅변대회에 가보면 어린 연사가 소리 높여 한참을 주장하죠. 그리고 연단을 내려오기 전 ‘감사합니다’라고 나지막이 말합니다. 배에 힘줘가며 주장한 이야기는 들리지 않다가 조용한 끝인사만 분명하게 들리더라고요. 그러니까 제 작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지막이 하는 셈이죠.


사진을 찍는 그 찰나 어떤 생각을 하나

사진을 찍는 찰나의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해요. 찰나지만 무아지경이어야 해요. 괜찮게 나오겠는데 같은 헛생각을 하면 쓰레기가 나오더라고요.


사진의 대부분에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데, 이유가 있나

연출도 조명도 없이 스냅사진처럼 작업하는 데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규칙을 지키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이 점을 굳이 확실히 해두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이 그렇네요.


사진에서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캐릭터는 분명한 것 같다

의도하는 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용히 주장하고 싶으니까요. 직접 삽입이 아니라 시나브로 흡수되게. 하지만 성격 탓이 아니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제 이야기를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투명인간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별명이 무생물이었던 적도 있고요. 의도한 바이지만 타고난 것 같네요.


사진마다 일상의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이 있는지 궁금하다 ‘territorial dispute’ 작업의 계기가 된 사진입니다. ‘영토분쟁’이 이 시리즈의 전체 제목이기도 하구요. 당시 살고 있던 건물의 마당인데, 잔디밭 안에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사루비아 꽃을 심어놓은 광경이 정말이지 너무 이상했습니다. 잔디밭에서 자라는 잔디가 아닌 식물은 잡초라 명명하고 가차 없이 뿌리째 뽑으면서, 꽃은 영토까지 따로 지정해주다니 거대한 자연의 식물 세계를 미물인 인간이 통제하고자 하는 모습에 허탈할 정도로 황당했어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작 그 꽃과 잔디는 의연해 보였고 그들의 태도를 작업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사진을 직업으로 삼은 후,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나

사진학과에 진학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세부 전공을 순수사진으로 결정했을 때에도 실은 작업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너 진짜 이상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어린 시절에 비해 이상한 사람이 대부분인 곳에서 오히려 평범할 수 있었던 상황이 그냥 좋았어요. 앞서 이야기했듯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서툴렀고, 대화가 적고 혼자서 생각의 생각으로 파고드는 시간이 더 많았는데 순수사진 크리틱 수업에서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혼자 하던 생각을 말하고 작업과는 상관없는 제 이야기도 하게 되면서, 치료를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미술치료처럼. 사진작업을 하면서 이제야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어린 시절에는 서른이 되기 전에 죽는 게 꿈이었고, 사진을 하지 않고 사진을 하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을 못

만났다면 아마 지금쯤 죽어 있거나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합니다. 현실적으로 따지면 보통의 직장인보다 수입도 적겠고, 부모님께서 어디 가셔서 자식 자랑을 세 번(언니랑 오빠가 있어요) 하셔야 할 텐데 두 번밖에 못하시는 것은 당연히 힘든 점에 속하지만, 지금이 좋습니다. 믿지 않으신다면 저는 로또를 사지 않는다는 것으로 증명하겠습니다.


좋아하는(혹은 영향 받은) 작가가 있나

좋아하는 작가는 Gabriel Orozco, 양혜규, Paul Graham, 영향 받은 작가는 조세희, 요시다 슈이치, 도움 주는 작가는 노기훈.


자신의 작업을 20자로 얘기한다면

보는 대로 보이는 사진, 힘 빼고 쉽게 생각하세요.


앞으로의 계획은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작업 중인데 지금은 사진으로만 구성해 놓았지만 짧은 글이 들어가는 형태로 바뀔 수도 있고 확실치는 않습니다. 가을이 오기 전에 완성하고 작업하고 싶어요. 독립 출판의 성격이라 일반 서점에서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지는 않고 구상 단계의 사진작업이 아닌 작업도 몇 가지 계획 중이고, 머리카락을 기르고 싶은데 당장 오늘만 해도 자를까 말까 고민 중이라, 꽤 장기적인 계획이 될 것 같습니다.

 


(위부터)
1. aladdin’s tent

2. mystery circle

3. boy–go–round

4. frogspawn

Posted by 지콜론북 G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