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디자인2011.07.19 18:15
g: Self Publishing 19


막내 디자이너의
버라이어티 일상 탈출기, OTL


 

5월과 6월 두 달간 홍대 앞 상상마당갤러리 어바웃북스 독립잡지전시관에는 다양한 잡지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 중 인상 깊게 본 잡지가 몇 있었는데, 지면을 통해서는 <OTL>을 소개한다. 주제의식이 뚜렷하거나 목적성이 분명한 잘난 척 하는 잡지도 좋지만, 독립투쟁도 아닌 독립잡지인 만큼 백퍼센트 자유로울 수 있음을 즐긴 잡지가 기억에 남았으니, 그 중 면접장소에는 절대 가지고 가면 안 될 잡지 한 권, <OTL>을 소개한다.

강혜림의 소소한 경험이 이 세상에 볼썽사납고 공허하게 울리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계속해서 얘기하다 보면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될테니.
에디터 이찬희







어떤 계기와 의도로 혼자서 잡지를 만들게 되었나

2009년 여름 더북소사이어티 전시(광화문 근처의 디자인문화재단 건물에서 했던 것 같다)를 처음 가 보고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유어마인드에서 잡지공방 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미있는 책들이 많았고 책의 외관이나 디자인적인 부분보다는 개인적인 기록들이나 주류 출판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텍스트들에 마음이 더 끌렸다. 내가 정말 얘기하고 싶은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와 통로를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았다. 개인적이고 소소한 경험이라도 타인과 그것을 공유하고 반응을 얻어낼 수 있는 게 셀프 퍼블리싱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당시 괴롭게 여겨졌던 직장생활의 경험과 생각, 느낌을 손에 잡히는 물성의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마치 블랙코미디 같은 분위기가 재밌더라. OTL이라는 제호의 의미는

OFFICE TRAGIC LIFE, 처음에는 간단히 OFFICE LIFE였는데, 인터넷상에서 좌절을 나타내는 OTL이 약자가 되면 책의 내용과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단어가 좋을까 고심하다가 TRAGIC을 추가하게 되었다.



무척이나 개인적인 생각이 표현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런 소소한 생각들이 공감되는 거 같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거창하게 본다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하고 싶었다. 현실에서는 일이 삶 자체로 여겨지지만 오히려 일을 하며 온전히 하루를 산다기 보다는 하루하루를 해치우듯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일을 하며 자신을 찾아간다는 느낌보다는 잃어간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친구들과 수다 떨듯 개인적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고 싶었고, 자조적인 내 목소리가 누군가에는 피식피식 웃을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되게도 하고 싶었다. 기획의도는 그랬지만, 실은 작은 회사에서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는 것이 싫다는 투정, 그 바닥에 대한 불평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만과 뒷담화, 궁시렁거림으로 점철된 너무나 ‘안 쿨한’ 책이 된 것 같다.



글과 디자인, 그림과 사진 등, 모두 개인 작업이었나

<OTL>은 1인 작업이어서 특별한 역할 구분이 없었다. 작업 중 대화나 질문으로 다른 분들의 의견들을 많이 참고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과정에서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OTL>은 혼자 작업했지만, 앞으로 일정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과 함께 작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작 프로세스는 일반적인 출판 편집 프로세스와 같이 평범하다. 설명이 충분히 될 정도로 그러나 과하지는 않을 정도로 어떤 말을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원고를 썼다. 그리고 그 동안 썼던 글들을 모아 정리하기도 했고, 그림도 그렸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던 작업이다. 다음으로, 편집디자인을 했는데, 사실 디자인에 그렇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세련되거나 예쁘게 보여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별로 신경 쓰지 않은 ‘디자인처럼’ 보이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과 <OTL>을 공유했으면 하는지, 생각하는 독자층이 있는지 궁금하다

딱히 어떤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 따로 독자층을 정하지 않아서 - 누구라도 직장생활의 경험이 있거나 그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공감해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건 특정 독자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책을 우연히 발견한 사람들이) 그것을 재미있게 읽어주었다는 반응을 보여준다면, 그것이 정말 특별한 경험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이후에 또 다른 책을 낼 계획이 있나

개인적인 관심사나 취향에 관계된 것들에서 아주 많이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일정한 주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주변 분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혼자서라도) 꾸준히 책을 만들고 싶다. 좀 모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독립출판물계의 ‘실용서’ 개념으로 책을 만들고 싶고, <OTL>도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다.



꾸준하게 만들고자 하는 욕망은 궁극적으로 독자(이 세상과)와 무엇을 소통하고 싶어서인가

약간은 구질구질하고 일상의 범주에 속하는 그런 사소한 것들인데, 직장생활도 되게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생활하면서도 ‘대체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를 하루에도 여러 번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이 나에게만 국한된 생활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어떤 순간의 느낌 혹은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라고 해서 그것이 가볍게 여겨져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그런 소소한 것들이 쌓이면 나의 의견이나 주장, 정체성과 같은 것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여기다 보니 해답까지는 제시하지 못하겠더라. 그런데 의외로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나 스스로도 위로, 혹은 정신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 같다.



출판물을 만들면서 느끼는 가장 기분 좋고 흥분되는 감정을 느낀 거 같다.

반면 제작 중 가장 어렵거나 힘들었던 과정이 있었다면

아직까지는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해서 다른 것은 모르겠고, 제작과정에는 두 가지 정도의 어려움이 있었다. 첫 번째는 제작비였다. 정해진 제작비에 따라 책의 포맷이나 인쇄방식, 종이 등의 사양들이 원래 생각했던 것에서 많은 부분 변경되면서 고생 좀 했다. 또 하나는 1인 제작에 따른 것인데, 사실 가장 큰 난관은 ‘게으름’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작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게으름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일정에 맞추어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의지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책을 만들려는 이유는

그럼에도 책을 만드는 이유는(책을 계속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대단한 이슈나 주제에 대한 지속적인 작업을 이어간다기 보다 위에서 말한 약간은 구질구질하고 일상의 범주에 속하는 그런 나의 사소한 경험들에 대해 계속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고, 또 개인적인 성취감도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책을 보고 재미있게 봤다거나 정말 웃겼다 라고 말했을 때 드는 왠지 내가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다는 뿌듯한 기분 때문인 거 같다.

그리고 내가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내용에 대해서 공감하고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책을 직접 구입한다는 사실이 늘 큰 감동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그걸 못 잊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발행·기획·디자인·글 강혜림

판형 176×250mm

종이 표지 - 백색 모조지 250g/m2 
      내지 - 미색 모조지 100g/m2

인쇄 2도 인쇄(C, K)

판형 176×250mm

가격 5,000원

판매처 유어마인드, 가가린, 더북소사이어티 @mutansan_press




Posted by 지콜론북 G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