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2010.10.06 18:42
누군가 말했다. 취향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완전한 세계라고. 디자이너의 정수를 알아보는 10 에센셜은, 바로 그런 디자이너 각자의 완전한 세계를 훔쳐보는 기사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국내 굴지의 패션 광고대행사 이용정 팀장이다. '패션적인 패션 광고'를 고민하는 그가 꼽은 10 에센셜의 품목 역시 지극히 '패션적인' 것들이다.

에디터 이상현 / 사진 스튜디오 salt







1. PRADA 3PACK V-NECK

‘된장남’도 아니고 굳이 무지 브이넥 티셔츠가 프라다여야 할 필요가 있겠냐만, 빨면 빨수록 더 자연스러워지는 핏, 목뒤에 너덜너덜하며 이것이 프라다임을 대략 알려주는 역삼각형 라벨,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버렸다가는 후회할 멋진 비닐 패키지까지. 이 세 가지 매력이 상당히 비싼 대가를 치르고도 굳이 프라다를 사게 만드는 나의 첫 번째 에센셜.





 

2. canon G10

그냥 흔하게 들고 다니던 ‘똑딱이’야 있었지만, 워낙 기계치인 내게 카메라는 ‘자동’ 이상의 기능을 사용하다 괜히 고장이라도 날까 걱정만 시키는 겁나는 존재였다. 그러던 중 알게 된 <퍼플 매거진(purple magazine)> 편집장 올리버 잠(Oliver Zahm)의 퍼플 다이어리(purple diary)의 기가 막힌 일상들이 모두 캐논 G9으로 찍은 것임을 알게 되고 무작정 욕심 갖은 cannon G시리즈. 그중 당시 최신 버전이었던 G10은 그 후로 촬영 스케치, 일상과 여행의 기록을 담당한 나의 첫 번째 카메라가 되었다. 쉬운 사용법에 적당히 상황 맞춰 찍으면 ‘테리 리처드슨 필’이라며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던 추억이 어린 명실상부 첫 카메라.




 


3.
FANTASTIC MAN

패션매거진 편집의 모던 클래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판타스틱맨(FANTASTIC MAN)>. 이 잡지를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은 한마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잡지의 아이덴티티를 손끝으로 보여주는 종이의 재질감, 시원시원한 레이아웃. 클래식한 개러몬드 서체의 모던한 표현. 내게 디자인을 하는 이유와 즐거움을 다시금 깨닫게 해줬던 기분 좋은 레퍼런스다. 올봄에는 짝궁 <젠틀 워먼(Gentle woman)>이 나와 기쁨이 두 배다.






4.
EZRA PETRONIO SUZANNE KOLLER 
    SELECTED WORKS SUBJECTIVE INVENTORY

길고긴 제목만큼이나 패션 브랜드에 걸맞은 그래픽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EZRA PETRONIO associates의 포트폴리오북. 한국의 수많은 그래픽디자이너들에게 ‘지나치게 디자인된 디자인’이라는 오류에서 벗어나 ‘좋은 눈’을 갖게 해주는 보석 같은 책.






5.
NIKE trainer1

중고등학교 시절에 선망해마지않던 나이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한동안 전혀 “패셔너블하지도 쿨해 보이지도 않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나이키 트레이너1은 ‘멋내지 않은 멋’을 부리고 싶을 때 우연히 눈에 띈 아이템이다. 이것저것 거추장스럽게 멋 부렸다 느껴졌을 때도, 왠지 대학생처럼 수수하고 평범하고 싶을 때도 이 운동화는 언제 어디서든 지금과 잘 어울린다는 기분 좋은 만족을 준다.







6. iPHONE

두말하면 잔소리. 애플 제품처럼 우리를 그저 굴복시키는 존재가 어디 있을까? 웬만한 친구, 연인보다 낫다.







7.
BYREDO PARFUMS - FANTASTIC MAN

구입 장소인 파리의 고급 백화점 ‘본 마르쉐(Bon Marche)’라는 사치스런 상황이 주는 느낌이었겠지만, 이 향수를 본 순간 “아, 이거야 말로 정말 파리의 멜랑콜리한 남자의 향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내게 수많은 기쁨을 베풀었던 <판타스틱 맨(FANTASTIC MAN)>에 치르는 어느 정도의 대가라는 기분도 이 비싼 향수 구입의 합리화를 부추긴 듯하다. 미니멀한 모양, 지나치지 않게 적당히 시크한 향기. 여러모로 만족스럽고 아까워 정작 사용은 거의 못했다.







8. fuckyeahryanmcginley.tumblr.com

포토그래퍼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의 블로그. 디자인을 하다보면 모니터와 키보드 따위에 갇혀 있는 기분으로 곧잘 우울해지는데 그때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을 보면 해방감과도 비슷한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순수와 상업을 넘나들며 자신의 세계를 펼쳐내는 그의 포트폴리오, 일상을 표현한 컷들을 보게 되면, 과장을 좀 보태어 대자연의 신선한 공기를 쐰 듯 시각적 상쾌함을 느낀다.







9.
Jamie Cullum의 <The Pursuit>

걸어 다닐 때, 이유 없이 울적한 기분이 들 때. 아무것도 아무렇지도 않을 때, 신날 때, 그 어느 때에도 새삼 기분 거스르지 않는 적당한 흥겨움이 있다. 무신경한 부드러운 목소리도 매력적이고, 어렵지 않은 멜로디도 따라 하기 쉽다.






10.
DKNY camel wool coat

사실 이 옷이 드라이클리닝하고 처박힌 지는 거의 7년 전으로, 다시 옷장에서 꺼내게 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올 가을, 겨울 몰아닥친 아메리칸 클래식의 여파로 불현듯 떠오른 장롱 속 이 아이템을 마지막 에센셜로 소개한다. 올 가을, 겨울에는 베이지나 캐멀 컬러의 아우터를 적당히 클래식하고 베이직한 아이템들과 섞는다면 최신 트렌드에 굉장히 어울리는 옷차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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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콜론북 G콜론